서울에서 버스로 2시간, 흔치 않은 한국을 만나는 법 — 속초
속초 여행 · 속초항아리물회

한국을 처음 찾는 분들의 일정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서울에서 사나흘, 여유가 있으면 부산이나 제주. 그다음은요? 하고 물으면 대부분 말끝을 흐리십니다.
저는 속초에서 나고 자라 지금도 바닷가에서 물회집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씀을 자주 드리게 됩니다. “서울에서 버스로 두 시간이면, 완전히 다른 한국이 나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속초에는 서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설악산, 동해, 새벽마다 배가 들어오는 항구, 그리고 맑은 날이면 북한 땅이 눈으로 보이는 전망대가요.
이 글은 “한국을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어디로 갈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썼습니다.
1. 고속버스, 그 자체가 하나의 경험
먼저 오는 방법부터 말씀드릴게요.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2시간 10분에서 2시간 30분이면 속초에 닿습니다.
그런데 이 버스가 생각보다 특별합니다.
한국의 고속버스는 좌석이 넓습니다. 우등버스는 한 줄에 세 자리뿐이라 옆 사람과 부딪힐 일이 없고, 등받이도 깊게 젖혀집니다. 비행기 비즈니스석 간격을 생각하시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가격은 비행기 값의 몇 분의 일이고요.
창밖도 볼거리입니다. 서울을 빠져나오면 산이 이어지고, 긴 터널을 몇 개 지나면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산 아래로 바다가 나타납니다. 그 순간을 위해 오른쪽 창가 좌석을 추천드립니다.
중간에 휴게소에 한 번 섭니다.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는 그 자체로 명소예요. 호두과자, 어묵 꼬치, 즉석 라면. 15분 정도 서니 화장실도 다녀오시고 간식도 사보세요. 여행자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대목입니다.
예약 — kobus.co.kr 영어 지원. 앱도 있습니다. 주말과 성수기에는 미리 예매하세요. 자세한 안내는 서울에서 속초 가는 법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속초에는 버스터미널이 두 개입니다. 강남에서 오는 고속버스는 속초고속버스터미널에 서고, 이곳은 바닷가 바로 앞입니다. 동서울에서 오는 시외버스는 시내 쪽 터미널에 섭니다. 목적지가 바다라면 강남 출발이 훨씬 편합니다.
2. 도착하자마자 바다입니다
속초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리면 바다까지 걸어서 3분입니다. 캐리어를 끌고 택시를 잡을 필요가 없어요. 그냥 걸어 나오면 백사장입니다.
이게 속초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여행의 모든 것이 걸어서 5분 안에 있습니다. 바다, 대관람차, 식당, 숙소, 버스터미널이 전부요.
서울에서 아침 버스를 타면 점심때 바다를 보며 밥을 먹습니다. 그날 오후에 바다에 들어갈 수도 있고요. 이런 압축된 이동은 한국이 작은 나라라서 가능한 일입니다.

3. 새벽 항구 — 관광지가 아닌 진짜 어촌
여기부터가 진짜입니다.
속초는 관광도시이기 이전에 어항입니다. 새벽 네다섯 시면 배가 들어오고, 위판장에 불이 켜지고, 경매가 시작됩니다. 고무장화를 신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손짓으로 값을 매기는 광경이요.
이건 서울에서 볼 수 없습니다. 관광용으로 만들어 놓은 장면이 아니라 그냥 일터거든요. 새벽에 잠깐 나가 보시면, 여행 내내 가장 기억에 남는 30분이 될 겁니다.
저는 이 동네에서 자랐습니다. 초등학교 친구들, 동네 형과 동생들 중 상당수가 지금도 배를 탑니다. 그래서 좋은 물건이 들어오면 저희 주방으로 먼저 전화가 옵니다. 어부 친구들 이야기에 그 사정을 적어 두었어요.
여행자에게 이 이야기가 왜 중요하냐면, 속초에서 드시는 해산물의 신선도는 이 구조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유통 단계가 짧으면 맛이 다릅니다. 그건 요리 실력으로 메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4. 물회 — 한국인도 잘 모르는 동해안의 식문화
속초에 오시면 꼭 한 번 드셔 보셔야 할 것이 물회입니다.
생선회를 얼음이 든 새콤달콤한 국물에 넣어 먹는 음식인데, 외국 손님들께 설명드리면 대개 이런 반응이십니다. “차가운 생선 수프요? 스시도 아니고 세비체도 아니고요?”
네, 둘 다 아닙니다. 이건 한국 동해안에만 있는 음식이에요.
원래는 배 위에서 먹던 음식입니다. 불을 쓸 수 없는 어선에서, 잡은 생선을 썰어 고추장 풀고 찬물 부어 마셨던 것이 시작이에요. 빠르고, 시원하고, 그물 손질하면서 한 손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물회의 역사에 자세히 적어 두었습니다.
먹는 방법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회를 먼저 맛보고, 국물을 붓고, 중간에 국수를 말고, 마지막에 밥을 넣습니다. 한 그릇으로 세 가지 식사를 하는 셈이에요. 처음이시라면 물회 먹는 법을 읽고 오시면 훨씬 맛있게 드십니다.
물회 말고도 오징어순대(맵지 않아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섭국, 닭강정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속초에서 뭘 먹을까에 정리해 두었어요.
5. 설악산 — 등산화 없이도 괜찮습니다
바다에서 차로 20분이면 설악산 국립공원입니다. 바다와 큰 산이 이렇게 가까운 도시는 한국에도 흔치 않습니다.
“저는 등산을 못 하는데요”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괜찮습니다. 케이블카를 타면 10분 만에 산 중턱까지 올라갑니다. 거기서 내려다보는 기암괴석과, 가을이면 붉게 물든 능선은 사진으로 담기지 않습니다.
- 케이블카는 예약이 안 되고 당일 현장 판매만 합니다. 요령은 설악산 케이블카 안내에 적어 두었어요.
- 가을에 오신다면 설악산 단풍 가이드를 같이 보세요. 10월 중순이 절정입니다.
걷고 싶으신 분께는 비룡폭포 코스를 권합니다. 왕복 세 시간,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라 지루하지 않습니다.
6. 통일전망대 — 북한이 보이는 곳
그리고 이것이, 속초를 다른 도시와 완전히 구분 짓는 곳입니다.
속초에서 차로 약 50분 북쪽으로 올라가면 고성군 최북단에 통일전망대가 있습니다. 망원경 없이도 북한 해안선이 보이고, 날이 맑으면 금강산 자락까지 보입니다.
한국에 DMZ 투어는 여럿 있지만, 대부분 서울 근교의 판문점이나 임진각입니다. 이곳은 다릅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최북단 전망대예요. 철책 너머로 파도가 치고, 그 파도가 그대로 북쪽 해변으로 이어지는 걸 보게 됩니다.

가시기 전에 꼭 아셔야 할 것
이곳은 민간인통제선 안쪽이라 그냥 갈 수 없습니다.
- 먼저 통일안보공원 출입신고소에 들러 출입신고서를 작성하고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신분증(외국인은 여권)을 반드시 지참하세요.
- 도보·자전거·오토바이 출입은 금지입니다. 반드시 차량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렌터카가 없다면 택시나 현지 투어를 이용하세요.
- 관람료는 어른 3,000원, 주차료 5,000원 수준입니다.
- 출입 시간은 09:00~16:50(하절기 17:30, 동절기 15:50)이며, 마감 시간 전까지 신고소에 도착해야 합니다.
- 상황에 따라 통제될 수 있으니 출발 전 033-682-0088로 확인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출입 신고 절차, 요금, 무엇이 보이는지까지 자세한 내용은 고성 통일전망대 완전 가이드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번거롭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그 절차 자체가 이곳이 어떤 곳인지 말해 줍니다. 분단을 책이나 뉴스가 아니라 눈으로 보는 경험은, 한국 여행에서 흔치 않습니다.
7. 북한과 가장 가까운 항구도시라는 것
속초가 지금의 속초가 된 것도 분단 때문입니다.
한국전쟁 때 북에서 피란 내려온 분들이 “곧 돌아가겠지” 하며 이 항구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다 휴전선이 그어졌고, 돌아갈 수 없게 되었고, 여기가 고향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긴 마을이 아바이마을입니다.
이 마을에는 지금도 갯배가 다닙니다. 엔진이 없는 배를 사람이 줄을 당겨 건너는데, 관광객도 직접 줄을 당길 수 있어요.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 태어난 음식이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입니다. 북쪽 음식을 남쪽 재료로 다시 만들어 낸 것이지요. 속초의 음식에는 실향민의 역사가 들어 있습니다.
저희 가게는 매년 두 차례 아바이마을 어르신 300여 분을 모셔 식사를 대접합니다. 속초 바다로 먹고사는 집이 속초에 뭔가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요.
8. 2박 3일이면 충분합니다
이 모든 걸 담은 일정을 짜 보면 이렇습니다.
1일차 — 도착과 바다 아침 버스로 서울 출발 → 점심에 바닷가에서 물회 → 오후 속초해변과 대관람차 → 저녁 아바이마을, 갯배
2일차 — 산 아침 일찍 설악산 → 케이블카 또는 비룡폭포 → 오후 늦게 외옹치 바다향기로 산책 → 저녁 속초관광수산시장
3일차 — 북쪽 끝 오전 통일전망대(차량 필수) → 돌아오는 길에 항구에서 늦은 점심 → 오후 버스로 서울 복귀
하루만 더 있다면 새벽 항구를 넣으세요. 새벽 5시에 잠깐 나갔다 아침 먹고 다시 자면 됩니다. 하루짜리 일정은 속초 1박 2일 코스에, 볼거리 목록은 속초 가볼 만한 곳 10선에 있습니다.
9.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실전 정보
- 언어 — 저희 홈페이지는 13개 언어로 되어 있고, 가게 테이블의 주문 태블릿도 다국어를 지원합니다. 한국어를 전혀 못 하셔도 화면으로 주문하실 수 있어요.
- 현금 — 카드가 거의 다 됩니다. 다만 전통시장 일부 좌판은 현금만 받으니 조금 준비하세요.
- 교통 — 시내는 버스와 택시로 충분합니다. 다만 통일전망대만은 차가 있어야 합니다.
- 숙소 — 바다 앞에 묵으면 걸어서 다닐 수 있어 편합니다. 속초 숙소 어디에 잡을까를 참고하세요.
- 계절 — 여름은 해수욕, 가을은 단풍, 겨울은 눈 덮인 설악산과 한산한 바다. 사실 사계절 다 다릅니다.
왜 속초를 권하는가
서울은 훌륭한 도시입니다. 하지만 서울만 보고 가시면 한국의 자연도, 바닷가 마을의 생활도, 분단이라는 현실도 보지 못하고 가시는 셈입니다.
속초에는 그 세 가지가 반경 50km 안에 모두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 버스로 두 시간이면 닿습니다.

저희 가게는 속초해변 바로 앞,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고 오셔도 됩니다. 잠깐 맡아 드릴게요. 차가운 물회 한 그릇으로 여행을 시작하시면, 그날 하루가 달라집니다.
식사 후에는 저희 건물 꼭대기 하늘계단 전망대에 꼭 올라가 보세요. 바다와 대관람차가 한 화면에 들어옵니다. 식사하신 분은 무료입니다.
속초에서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