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관광수산시장 완전 정복 — 닭강정 줄, 시가 읽는 법, 회 떠서 먹는 시스템
속초 여행 · 속초항아리물회

속초에 오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은 설악산도 해수욕장도 아닙니다.
시장입니다.
저희 가게에서 차로 10분 거리라 손님들께 길 안내를 하도 많이 하다 보니, 아예 한 편으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시장에서 헤매는 분들이 매년 똑같은 지점에서 헤매시거든요.
먼저, 이름이 두 개입니다
속초관광수산시장과 속초중앙시장은 같은 곳입니다.
원래 이름이 중앙시장이었는데 2000년대에 관광수산시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지역 사람들은 여전히 “중앙시장”이라고 부르고, 오래된 블로그나 안내판에도 중앙시장으로 남아 있는 게 많습니다.
택시 기사님께는 어느 쪽으로 말해도 통합니다. 네이버지도에서도 둘 다 검색됩니다. 다른 시장을 찾아 헤매실 필요 없습니다.
시장의 구조 — 이걸 알고 가면 안 헤맵니다
건물 하나에 층마다 성격이 다릅니다.
| 층 | 무엇이 있나 |
|---|---|
| 지하 | 회센터 — 활어·해산물을 직접 골라 사는 곳 |
| 1층 | 먹거리·야채·반찬. 여행자가 가장 오래 머무는 층입니다 |
| 2층 | 의류·생활용품·잡화. 관광객은 거의 안 올라갑니다 |
그리고 건물 밖으로 골목 상가가 이어집니다. 닭강정집이 몰려 있는 닭전 골목이 여기입니다.
여행 오셨다면 사실상 지하와 1층, 그리고 바깥 골목이 전부입니다.
닭강정 — 줄을 서게 될 겁니다
속초 닭강정은 이제 전국구가 되었습니다. 시장 안에만 여러 집이 있고, 유명한 집 앞에는 늘 줄이 있습니다.
줄이 가장 긴 시간대는 정해져 있습니다.
- 주말 12시~15시 — 가장 심합니다. 30분 이상 각오하셔야 합니다
- 연휴·여름 성수기 — 여기에 곱하기 2
피하는 법은 단순합니다. 오전에 가세요. 10시~11시 사이면 같은 집도 훨씬 빨리 받습니다. 저녁 7시 이후도 한산해지는 편입니다.
한 가지 알아두실 것 — 닭강정은 식어도 맛있게 만들어진 음식입니다. 오히려 갓 나온 것보다 조금 식었을 때 양념이 배어 더 낫다는 분도 많습니다. 그러니 숙소에서 드시려고 사 가셔도 실패하지 않습니다.
“시가”라고 적힌 가격 — 바가지가 아닙니다
메뉴판이나 좌판에 **시가(時價)**라고 적힌 걸 보시게 됩니다. 값이 안 적혀 있죠.
외국인 손님들이 특히 불안해하시는 지점인데, 속이려는 게 아닙니다.
오징어가 대표적입니다. 어획량과 금어기에 따라 도매가가 하루 단위로 움직입니다. 몇 배씩 뛰는 날도 있어요. 인쇄된 가격을 붙여 놓으면 그날 팔 수가 없습니다. 저희 가게 메뉴판에도 오징어 메뉴는 시가로 되어 있습니다. 같은 이유입니다.
대응법은 하나뿐입니다 — 사기 전에 물어보세요. “이거 얼마예요?” 하면 그 자리에서 알려줍니다. 값을 듣고 안 사셔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습니다. 그게 시장입니다.
회를 사서 먹는 구조
지하 회센터에서 회를 뜨면, 그 자리에서 먹는 게 아닙니다.
뜬 회를 들고 근처 식당(초장집)으로 올라가서, 자리값(상차림비)을 내고 먹습니다. 상추·초장·매운탕·밑반찬이 그 값에 포함됩니다.
처음 오신 분들이 가장 많이 당황하는 지점입니다. “회를 샀는데 왜 또 돈을 내지?” 싶으시겠지만, 회값과 자리값은 원래 따로입니다.
- 상차림비는 인원수로 받는 곳이 많습니다
- 회를 사기 전에 먼저 물어보세요 — “여기서 사면 어디서 먹어요? 상차림 얼마예요?”
- 가격을 미리 확인하고 시작하면 기분 상할 일이 없습니다
이 시스템이 번거롭게 느껴지시면, 그냥 회를 파는 식당에 가시는 게 편합니다. 정답은 없고 취향입니다.
시장에서 사 가면 좋은 것
- 반건조 생선 — 코다리·가자미·임연수. 이 글 맨 위 사진이 그겁니다. 냉동해서 가져가면 오래 갑니다
- 오징어순대·아바이순대 — 아바이마을에서 온 음식이지만 시장에서도 팝니다
- 술빵 — 막걸리로 발효시킨 찐빵. 시장 명물인데 의외로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 건어물·젓갈 — 진공포장 해 주는 집이 많아 선물용으로 좋습니다
주차 — 여기가 진짜 문제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성수기 시장 주차는 지옥입니다.
시장 주차장이 350대 규모로 작지 않은데도, 주말 낮에는 들어가는 줄이 도로까지 늘어섭니다. 주차하려고 30분을 도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 요금 — 08:00~21:00 유료. 시장에서 1만 원 이상 사면 30분 무료권을 줍니다
- 그 외 시간은 무료입니다
현실적인 대안을 드리자면:
- 오전에 가세요. 11시 전이면 대체로 자리가 있습니다
- 차를 두고 오세요. 시장은 속초 시내 한복판이라 버스·택시가 편합니다
- 걸어서 붙이세요 — 아바이마을·갯배가 시장에서 도보 10분입니다. 갯배 타고 마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주차 한 번으로 두 곳을 봅니다
몇 시에 가면 좋은가
점포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오전 8시부터 문을 엽니다. 저녁에는 일찍 닫는 집이 있어서, 늦게 가시면 원하는 걸 못 사실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시간은 오전 10시~11시입니다.
- 대부분의 가게가 열려 있고
- 닭강정 줄이 짧고
- 주차 자리가 있고
- 물건이 가장 많이 나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장은 물건을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속초가 어떤 도시인지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좌판에 널린 게 그날 동해에서 올라온 것들입니다. 계절이 바뀌면 좌판 위의 생선도 통째로 바뀝니다. 여름에 오징어가 깔려 있던 자리에 겨울이면 도루묵과 양미리가 놓입니다.
한 바퀴 돌면서 뭐가 제철인지 보고 오시면, 그날 저녁 물회 한 그릇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아시게 됩니다.
시장 구경하고 배고파지시면 바다 쪽으로 오세요. 차로 10분입니다.
